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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에 숨쉬는 역사

[박석희이냐시오주교] 1998년 사목교서 - 오소서, 일치와 희망의 원천이신 성령님!
  • 작성자 홍보전산
  • 작성일 2025-09-26 오후 2:10:20
  • 조   회 77

 

 오소서, 일치와 희망의 원천이신 성령님!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 삶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 탄생 2000년을 기리는 대희년이 2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98년은 대희년 준비 두 번째 해로서 성령의 해입니다. 지난 해에는 성자의 해를 지냈고 내년에는 성부의 해를 지내게 될 것입니다. ‘성령의 해인 올 해는 성령께서 이 세상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심을 새롭게 깨닫는 해입니다.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와 함께 한 하느님이시며 모든 피조물에 생명과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는 분이시며, 만물을 다스리고 거룩하게 하시는 하느님의 얼이십니다. 이 세상과 교회에 살아 계시면서 구원활동을 계속하시는 성령의 활동은 참으로 다양하고 풍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령의 활동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도 있고, 어떤 특정한 신심활동만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성령의 활동을 왜곡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령에 관한 성서 말씀과 교회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묵상하여 성령께 대한 올바른 믿음을 키워가야 하겠습니다. 나아가 성령의 도우심으로 일치와 희망의 삶이 증진되도록 합시다.

 

일치의 원천이신 성령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와 탄생은 창조와 구원의 역사 전체에서 성령께서 이룩하신 가장 위대한 일입니다(생명을 주시는 주님 50). 성령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시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게 하신 것은 우리의 이해를 넘어선 놀라운 하느님의 계획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저 멀리 하늘 높은 곳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사람들 가운데 낮추어 오신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신 것은 성령의 힘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하여 성령께서 일치의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사람을 일치시키시고, 사람과 사람을 하나되게 하는 일치의 은총그 자체이십니다.

오늘날 우리는 분열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지어는 종교에 이르기까지 하나되지 못하고 갈라져 있습니다. 민족이 분단되고, 정치는 혼란을 거듭하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갈등을 겪고, 뒤쳐지는 자는 살아 남지 못하는 비정한 경쟁사회에서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직하지 못한 우리의 생활태도는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온갖 부조리와 비리 무책임은 거짓된 삶, 이기적인 삶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일치는 하느님과의 일치, 사람과의 일치를 북돋우는 진리이신 성령의 부재를 느끼게 합니다. 진정 성령의 도우심이 절실한 때입니다. 일치의 원천이신 성령께서 갈라진 이 세상에 오시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더욱 성령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서 화합과 이해, 헌신과 사랑이 넘쳐나는 일치된 세상을 이루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희망의 원천이신 성령

 

예수께서는 이 세상에 분열을 가져오게 하는 악을 쳐이기시고 하느님과의 일치, 사람들과의 일치를 이루는 하느님 나라의 길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셨습니다. 십자가에 죽기까지 자신을 버리고 낮추신 예수님을 부활시켜 영원한 생명에로 부르신 성부의 사랑이신 성령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의 길을 가게 격려하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예수님이 가신 길을 안내해 주십니다.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라 하느님의 나라를 이루도록 충동하십니다. 비록 분열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의 삶이 현실적으로 절망스럽고 답답할지라도 새로운 희망을 주십니다. 그래서 그분을 믿는 우리는 분열을 조장하는 죄에서 해방되어 참 자유인이 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희망을 일깨워 주시고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모든 이들을 영원히 살게 하시며 참 자유인이 되게 하십니다. 이것이야말로 믿는 이들에게는 크나큰 희망입니다. 성령께서는 막막하고 어두운 우리 인생에 분명하고 밝은 빛을 주시는 희망이십니다.

우리 사회에는 희망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회사의 감원정책으로 직장을 잃은 이들, 취업난으로 방황하는 젊은이들, 농어촌의 외로운 노인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정이 일그러진 이들,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이 그들입니다. 또한 낯선 이국 땅에서 외롭게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 갖가지 어려움을 겪는 농어민들, 남북 분단으로 인해 아파하는 이들이야말로 가난한 이들, 묶인 이들, 억눌린 이들’(루가 4, 18)입니다. 이 모든 사람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사목헌장 1)를 우리 것으로 여겨야 합니다. 그래야 절망으로 어두운 세상을 희망의 밝은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 주시는 희망의 삶을 추구하는 우리가 98년에는 이 세상에 빛을 주는 일에 앞장서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일치와 희망을 선포하는 교회

 

우리 교구 공동체는 지금까지 열린 교회로서 무료 급식소와 복지관, 어린이집, 양로원, 나환우 정착마을, 농민들을 위한 활동, 정의와 평화를 위한 활동, 가난한 이와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들을 통하여 지역 사회에 일치와 희망을 주려고 애써 왔습니다. 또한 우리 교구 공동체는 지역 사회와 함께 사는 열린 교회 구현을 교구 설립 25주년 자리 매김을 하면서 재천명한 바 있고, 97년 사목방향에서도 지역사회 봉사와 선교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곰곰히 반성해 보면 그동안 우리의 활동은 너무나 미약했습니다. 우리 신자 공동체는 낮은 데로 오신 주님을 본받아 더 낮아져야 합니다. 자신을 낮출 때 우리는 성령의 활동을 보게 되고 교회의 사명을 깨닫게 됩니다. 지역 교회인 본당들이 그 지역민의 안식처, 희망의 집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이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편안한 집이 되어야 합니다. 본당 공동체가 지역민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집, 이런 공동체야말로 생명을 주시는 성령께서 머무시는 궁전이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이 땅에 푸른 움’(안동 교구 설립 25주년 주제)이 돋게 하시는 성령을 믿습니다. 이 믿음이 있기에 항상 실망하지 않고 희망을 가집니다. 우리는 갈라진 것을 잇고, 가로막힌 것을 허물며, 맺힌 것을 푸시는 성령을 믿기에 실망하지 않는 희망의 사람들입니다. 성령의 해를 맞아 98년에는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이루고 갈라진 겨레를 화해시키는 평화의 사도가 됩시다. 가난하고 정직하게 살아 참 자유인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몸으로 증거합시다. 그리하여 일치와 희망을 선포하는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 구세주 강생 2000년 대희년을 뜻깊은 대축제로 맞이합시다.

 

교우 여러분의 가정과 본당 공동체 그리고 각 지역 사회에 성령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19971130일 대림 첫 주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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