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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에 숨쉬는 역사

[박석희이냐시오주교] 1999년 사목교서 - 가장 미소한 이에게 사랑을
  • 작성자 홍보전산
  • 작성일 2025-09-26 오후 2:12:06
  • 조   회 60

 

가장 미소한 이에게 사랑을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1. 2000년 대희년을 눈앞에 둔 1999년은 하느님께서 우리 아버지이시며 만물의 아버지이심을 기리며 사는 해이며, 사랑이신 하느님의 자녀로서 우리들도 하느님 사랑에 응답하며 사랑으로 살아갈 것을 재다짐하는 해입니다. 국제 통화 기금(IMF)의 구제 금융과 외국에서 빌린 돈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가고, 2백만명에 이르는 실직자들이 쏟아지고 있는 어려운 이 때에, 대희년을 맞이 하기 위해 사랑의 해를 선포한 교회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증거함으로써 자기 본모습을 더욱 드러내야겠습니다.

 

2000년을 대희년이 되게 합시다.

 

2. 2000년 대희년이란 가만히 있어도 찾아 오는 것이 아닙니다. 서기 2000년은 우리가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흐르는 세월 따라 우리에게 닥쳐 오겠지만, 2000년 대희년은 그냥 가만히 있어서 찾아 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2000년이란 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강생 2000년이 그리스도인들에게만이 아니라 전인류에게 희년이 되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2000년 대희년 맞이를 위해 준비를 한다는 것은 서기 2000년이라는 해가 그리스도 강생 2000년이 되는 해가 되게 하여 그리스도인인 우리들 삶에서 가장 기쁜 해가 되게 하고 아울러 우리의 기쁨이 넘쳐 우리 이웃은 물론 나라 전체와 세계로 뻗어 나가게 하자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함께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한 가족으로 사는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의 생각과 마음대로, 때로는 자기에게 일시적인 유익과 이익만을 찾다가 서로 충돌하고, 불목과 질시 속에서 매일의 삶을 살얼음위를 걸어가듯 살아갑니다. 서로가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는 것은 함께 마음 두고 의지할 수 있는 하느님을 섬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없이 사는 세상을 세속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세속 사회도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고 당신 아들을 보내시어 구원하신 세상임을 우리는 믿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속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길은 하느님을 믿는 우리가 참으로 사랑이신 하느님의 자녀답게 사랑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만난 가난한 사람들

 

3. 눈으로 볼 수 없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은 당신 아들을 보내시어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볼 수 없는 하느님의 모상입니다.”(골로 1, 15). 사도 필립보가 예수께 성부를 보여 달라고 청하였을 때 예수께서는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같이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 (요한 14, 9) 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이 세상에서 행하신 행적과 말씀 하나 하나는 모든 인간에 대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우리에게 드러내주시고자 사랑으로 사는 모습을 보이신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당신 회칙들을 통하여 예수께서 만난 그 사람들이 남달리 가난한 사람들, 생계 수단이 없는 사람들,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 창조계의 아름다움을 볼 줄 모르는 눈 먼 사람들, 마음이 상한 사람들, 사회 불의로 고통받는 사람들, 그리고 죄인들(자비로우신 하느님, 3)이고, 윤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선교사명 59 ; 백주년 57 참조), 집 없는 사람들,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더 나은 미래의 희망이 없는 사람들”(사회적 관심 42)이라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사람들을 어떤 귀찮은 존재나 짐으로서가 아니라 선을 행하고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한 기회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사랑은 완성되지 않습니다“(백주년 56).

가난한 사람들, “이 미소한 자들에 대하여 갖는 우리의 마음과 태도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척도입니다(루가 6, 20 마태 25, 31-46 참조). 예수 그리스도께서 찾아 나선 그 사람들을 우리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봅시다.

 

4. 우리 모두는 실상 하느님 앞에서 영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가난한 우리들이 서로 손 잡고 함께 살아 갑시다. 가난할 때에 우리는 더욱 일치하여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본당은 본당 자신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봉사하도록 파견된 도구라는 것을 잊지 맙시다. 본당의 운영, 단체 조직과 관리 등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타자를 위한 것들입니다. 예수님의 일생은 철저하게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삶이었습니다. 인간의 품위는 이렇게 타인을 위해 살 때에 더욱 높아 질 것입니다. 본당 공동체는 인간 구원을 목적으로 타인을 위해 존재할 때에 더욱 활기 차게 살아 납니다.

본당의 모든 사목 활동에서 가난한 자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자세로 임해야겠습니다. 가난한 자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가난한 자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이렇게 권고하셨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모든 제자들과 공동체들, 가정에서 교구까지, 본당에서 수도회까지 가난한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서 자기 생활을 반성하기를 권고하는 바입니다”(교회의 선교 사명 60). 지난 여름 수해로 모든 것을 상실한 사람들, 연쇄부도로 쓰러진 중소 기업주들과 그 종업원들, 아직도 더 일할 수 있는 나이에 퇴직한 사람들이나 실직한 사람들과 그의 가족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사목활동을 합시다.

 

5. 먼저 우리는 본당 내의 어려운 가정을 돌봅시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가정은 사회의 기본 단위이고, 가정 교회는 본당의 기초입니다. 가정 생활의 가치관을 일깨우는 일은 중요합니다. 마약과 도박 및 알콜중독자들로 말미암아 피폐해진 가정과, 가장의 실업으로 실의에 빠진 가정의 재활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자녀들을 도시에 보내고 시골에 홀로 남은 노인들의 삶도 적극 돌봅시다. 독거 노인들의 가정을 자주 방문하여 그들의 영적인 생활만이 아니라 목욕이나 세탁, 집안 청소 등 물질적인 생활도 돌보아 줍시다.

부모님을 일찍 여윈 소년 소녀 가장들과, 벌써부터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특히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비정상적인 혼인상태에 있는 사람들, 본당생활에서 상처받아 교회에 나오지 않고 있는 사람들, 하느님께서 잃은 자들을 찾아 나서시듯 우리도 주님께서 찾으시는 모든 사람들을 도웁시다.

 

사랑과 정의

 

6. 이 모든 일이 우리 서로가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복지활동을 통하여 사회 정의와 평화를 위한 일에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그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볼 때에 불의와 불평등이 이 사회에 얼마나 만연되어 있으며,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것을 보기 시작하면 사회복지활동과 사회정의와 평화를 위한 활동이 함께 간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복지활동도 인간 존엄성에 근거를 두고 있고, 정의 평화 운동도 인간존엄성을 위한 운동입니다. 복지 활동 없는 정의 평화 운동은 행동이 없는 믿음과 같이 공허한 이념일 뿐이요, 미움과 저항 및 적대감만을 키워 갈 뿐입니다. 사랑과 정의, 자비와 정의는 하느님안에서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의 사랑은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그 원천으로 하고 있기에, 거기에 뿌리를 두고 있을 때에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 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예수님을 우리의 구세주로 주심으로써 인간을 먼저 사랑하셨습니다. 인간의 사랑은 이러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응답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 강생하신 그리스도안에서 구체화 되었듯이 우리의 사랑도 생각이나 믿음만의 사랑이 아니라 실천과 실행이 따르는 사랑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사회의 불의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못 본체 할 수 없게 합니다. 사랑의 봉사는 사회정의 운동으로 발전하게 되고 사랑과 정의, 정의와 평화는 서로 연결되어 인류 구원을 위한 활동 즉 구원사업이 됩니다. 하느님은 사랑으로 이 세상을 구원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내 앞에서 도움을 청하는 구체적인 인간 개개인에 대한 사랑입니다.

 

새날 새삶을 위한 사랑의 연대운동

 

7.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2000년 대희년을 맞이하기 위하여 새날 새삶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먼저 신자 각자가 자신을 새롭게 하고 가정을 새롭게 하며 우리 이웃과 사회전체가 함께 새롭게 되어 제삼천년기의 새날새삶으로 맞이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 강생 2000년이 되는 해를 참으로 기쁨이 넘치는 대희년으로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 교구도 금년 성부의 해를 맞이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을 아빠” - 아버지로 모시고 한 하느님의 자녀들이 될 수 있도록 사랑이신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아갑시다. 이를 위해 주교단에서 발표한 새날 새삶운동의 구체적인 실천 사항들을 열심히 실천합시다. 각 본당이 한가지씩 사랑 실천 사항을 선택하여 그 한가지 일을 위해 일년동안 모든 사목활동을 경주해 주시기 바랍니다. 각 본당이 처한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실천사항이 있을 것입니다. 각 본당에서는 한가지 사랑 실천이지만 교구 전체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실천이 될 것입니다.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며...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사람이 됩시다(마태 25, 23).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 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에 따라 우리 본당과 교구안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우리의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이 응답하며 삶으로써 이 어려운 난국을 함께 극복합시다. 그 어느 때보다 사랑의 연대운동이 필요합니다. 사랑의 연대운동이 진정 우리에게 새날 새삶을 기약할 것입니다.

 

 

19981129일 대림 첫 주일

  천주교 안동교구장 주교 박석희 이냐시오

 

천주교안동교구 역사관

천주교안동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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