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틔움(신대원 요셉 신부)-
교구 사제들에게 보내는 첫 사목 서한-2
“새것을 설명할 때도 옛 <문답>을 인용하게 되고, 그것을 수녀들이나 교리교사들이 설명해 달라고 할 때도 주저합니다. 이렇게 스스로가 자기 전문 분야에 전문가가 못 된다는 것을 느낄 때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례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사제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미사 때나 성사를 집행할 때 ‘루브리까(전례 개혁 이전의 미사 전례 규정)’만을 익히면 전례를 다 아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첫 미사를 지내기 전에 몇 달 동안 연습을 하고, 규칙 그대로 미사를 드리려고 무척 애를 써 왔습니다. 몇 년 전까지도 그러했지만, 1년에 한 번이라도 피정 때 다른 사제가 나의 미사를 드리는 것을 잘 살피게 하고, 예절에 틀린 것을 지적하게 한 일이 상기됩니다.
새 전례 정신은 때와 장소 혹은 참석하는 사람에 따라 사제가 판단해서 융통성 있게 거행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례학적 지식과 세계 전례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작해서 만든 로마의 지침을 바탕으로 하여 적절한 적응을 해야하는데, 불행하게도 많은 사제들이 그런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제는 무조건 신식으로 해서 참석하는 이를 놀라게 하고, 어떤 사제는 반대로 구습을 벗어나지 못해 새 규칙대로 하되, 새 전례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채 미사를 지내는 실정입니다.
3) 이상과 같은 사항은 사제직 자체에 의문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즉 ‘사제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사제는 ‘제2의 그리스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의회는 누구든 세례받은 사람이면, ‘제2의 그리스도’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제는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평신도들에게도 그 사명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제는 여러 성사를 집행하는 사람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는 성사 집행의 범위가 좁아 드는 인상을 줍니다. 사실 신부만이 집행해야 하는 것은 고해와 성체 또는 병자들의 성사 뿐입니다. 이제 더 나아가 고해는 공동으로 주는 방향을 연구하고 있고, 성체는 수녀나 평신도도 비록 그것을 이루지는 못할망정 ‘분배하는 권한’을 받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그 외에 사제는 후세만을 부르짖는 사람이 되어도 안 되고, 현세를 도피해서도 안 됩니다. 현세에서부터 사회참여를 통해 그리스도의 왕국을 세우는 일꾼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관계를 분간하고, 조화시키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제는 특수한 사명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공의회에서 말하는 대로 “사제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대리로 행동할 수 있도록 사제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게 되며(사제 2)”, 그들의 사명은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사도적(司徒的) 사명을 바르게 수행하는 데 있습니다. (사제 2)” 하지만 그 사제적 사명에 대한 깊은 연구가 없고, 제도로서의 사제직을 앞세워 온 우리에게는 사제직의 근본 상(根本像)과 미래상(未來像)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사제의 특수한 사명에 대하여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하겠습니다.”